18만 원에서 84만 원…물가로도 설명 안 되는 기초연금 부담 증가
2014년 부담액, 현재 물가로 환산해도 약 23만 원…2027년은 84만 원
2027년 기초연금 예산이 크게 늘어납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기초연금 국비 예산은 올해 23조1,000억 원에서 내년 25조7,000억 원으로 11% 증가합니다. 저소득층 대상의 차등지급과 부부감액 축소, 일부 직역연금 수급자 지원 확대 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지방비까지 합산하면 2027년 기초연금 총지출이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29조7,000억 원에 육박합니다. 국가데이터처의 최신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7년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3,518만4,000명에 불과한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1,159만7,000명으로 전망됩니다. 총지출을 생산연령인구로 나누면 1인당 짊어져야 할 부담액은 약 84만4,000원이 됩니다.
13년 전 18만 원, 현재 가치로 바꿔도 23만 원
기초연금이 처음 도입된 2014년,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한 생산연령인구 1인당 환산 부담액은 약 18만2,000원이었습니다. 내년 예상치인 84만4,000원과 비교하면 단순 수치상 4.6배 상승한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그간의 물가 상승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론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따져보았습니다.
2014년(94.2) 대비 2026년 8월(120.1) 물가상승률은 약 27.4%입니다. 이 상승분을 2014년 부담액에 반영해도 현재 가치는 약 23만2,000원에 불과합니다. 즉, 물가 상승분만큼만 부담액이 늘었다고 가정하면 18만 원대였던 금액이 23만 원 남짓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2027년 환산 부담액은 84만4,000원으로, 물가를 반영한 2014년 금액보다 약 264% 증가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생산연령인구 1인당 기초연금 환산 부담액이 늘어난 현상을 물가 상승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과 제도가 변해온 데다, 비용을 댈 청년·중장년층은 감소하고 혜택을 받을 고령 인구만 늘어나는 ‘인구구조의 변화’도 동시에 진행된 결과입니다.
과거의 ‘최악 시나리오’마저 뚫어버린 현재의 부담액
다가오는 2027년의 재정 부담액을 과거의 전망치와 비교해보면 변화가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 2018년 11월,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10년간의 기초연금 재정 소요를 예측하며 지급액 인상 속도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당시 가장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 이른바 '시나리오 4'는 하위 70% 노인의 기준 연금액을 단계적으로 30만 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이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해당 방식을 택할 경우 2027년 총 재정 소요액(국비+지방비)이 28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2027년 한 해만 놓고 보면 이미 현재 지출 규모는 당시 전망의 상단 최대치보다 1조1,000억 원 많습니다. 국비만 비교해도 격차는 벌어집니다. 내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의 기초연금 국비 지출(25조 7,000억 원)은 2018년 당시 최대치로 전망했던 국비(22조 원)보다 16.8%가 늘어난 규모입니다. 다만 이를 두고 2018년 전망이 단순히 틀렸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2027년 정부 개편안을 보면 노인 70%의 목표수급률을 유지하면서도, 저소득층 차등지원, 저소득 부부의 감액 축소, 일부 직역연금 수급자 및 배우자에 대한 기초연금 지급을 새롭게 반영했습니다. 결국 과거의 예측과 현재 현실의 격차는 고령인구의 증가뿐만 아니라, 물가와 급여 수준, 지급 대상과 방식 등 여러 전제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기초연금은 노후소득을 보완하는 공적 안전망입니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고령층에게 중요한 소득원입니다. 하지만 나의 노후를 국가의 정책이라는 외부 변수에 기대어 설계하기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제도의 지급 기준과 화폐가치는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은 월 300만 원이면 생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은퇴 시점에는 동일한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자금은 현재를 기준으로 계획하기보다 앞으로 필요한 생활비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함께 고려하며 ‘나만의 노후 기준’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데, 은퇴 시점의 물가를 반영하여 목표액을 재조정하고, 국민연금을 기초자산 삼아 퇴직연금(DC/IRP)과 개인연금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합니다.
현행 제도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보다, 은퇴 후 필요한 현금흐름을 어떻게 지켜낼지 현실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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