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노인은 65세일까, 70세일까... 초고령사회가 바꾸는 '노인'의 기준

지하철·버스 무임승차 재원 논란이 던진 질문…"65세는 여전히 노인인가"

문유정 기자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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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어르신 교통비 지원 정책을 손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버스와 지하철 요금 이야기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몇 살부터 노인인가"라는 훨씬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버스는 무료로 지하철은 조금 더 늦게

서울시의회는 지난 6월 24일 이병윤 시의원(국민의힘·동대문1)이 대표발의한 '서울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재석 의원 75명 가운데 69명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시민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요금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고속·시외·광역버스는 제외됩니다. 동시에 서울시는 1984년 도입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버스 지원 재원을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으로 아낀 운임 수입으로 메우겠다는 구상입니다. 

문제는 재원 격차입니다. 서울의 70세 이상 인구(125만여 명) 전체가 버스 무임승차를 이용할 경우 연간 비용은 2027년 1047억 원에서 2031년 1275억 원까지 늘어 5년간 총 5788억 원에 달할 전망인 반면, 지하철 연령 상향으로 얻는 추가 운임 수입은 연간 약 570억 원에 그쳐 격차가 큽니다. 이에 따라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 등으로 한정하거나 월 이용 횟수에 상한을 두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습니다.

시행은 아직입니다. 서울시는 다음 달 공청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세부 방안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65~69세가 지하철 무임승차에서 빠지는 데 대한 반발도 예상됩니다.

 

왜 지금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

이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숫자로 확인되는 인구 구조 변화가 있습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2년 17.4%에서 2025년 20.3%로 올라섰습니다. 유엔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되는데, 한국은 사실상 이 단계에 들어선 것입니다. 2000년 고령화사회(7% 이상)에 진입한 지 25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셈으로, 미국이나 일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매우 빠른 속도입니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비율이 2036년에는 30%를 넘고,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를 가속하는 또 다른 축은 낮은 출산율입니다. 새로 태어나는 인구가 줄면서 전체 인구에서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연스럽게 커집니다. 여기에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함께 늘어난 점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예전 같으면 은퇴하고 여생을 보내야 할 나이로 여겨졌던 65세가, 지금은 여전히 활동적으로 사회·경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나이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100세 시대에 65세는 더 이상 노인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재정입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늘어날수록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노인 일자리, 장기요양 서비스 등 노인 대상 복지 지출은 함께 불어납니다. 반면 이를 뒷받침할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줄어들고 있어, 갈수록 적은 수의 근로세대가 더 많은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지방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이 매년 수천억 원대의 무임승차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점도 이번 논의의 직접적인 배경입니다. 결국 "누구를 노인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한정된 재정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이미 '노인'의 기준은 하나가 아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노인을 규정하는 나이는 이미 제각각입니다. 제도마다 만들어진 시기와 목적이 다르다 보니, '몇 살부터 노인인가'에 대한 답이 법과 제도마다 다르게 정해져 있습니다.

노인복지법: 경로우대 등 각종 노인 복지 서비스의 기준을 만 65세로 정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도 이 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기초연금: 만 65세 이상이면서 소득인정액이 일정 기준 이하인 경우 지급됩니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출생 연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늦춰지고 있어,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부터 받게 됩니다. 제도 자체가 이미 '노인의 시작'을 뒤로 미뤄온 셈입니다.

장기요양보험: 만 65세 이상이거나, 65세 미만이라도 노인성 질병이 있는 경우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현재는 만 65세부터지만, 서울시가 이번에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처럼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기준입니다.

정년: 대다수 사업장의 법정 정년은 만 60세로, 오히려 다른 노인 기준보다 훨씬 낮게 설정돼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사회 안에서도 '노인'을 가르는 선은 60세부터 70세까지 널찍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그동안은 각 제도가 따로 설계돼 있어 이 차이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초고령사회 진입과 재정 부담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이 기준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조정 압력을 받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까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여러 영역에서 비슷한 논의가 잇따를 신호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교통 분야에서는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대구와 대전은 이미 버스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 중이고, 인천도 올해 하반기부터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도입할 예정입니다. 지역마다 재정 여건이 다른 만큼, 무임승차 연령과 지원 범위는 앞으로 지자체별로 더욱 다양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복지 영역에서는 기초연금이나 각종 노인 복지 사업의 수급 연령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함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인복지법상 '노인'의 기준 연령 자체를 65세에서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연금 쪽에서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더 늦추거나,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등의 개혁 논의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저출생·고령화로 연금 재정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는 만큼, 수급 연령과 노인 기준 연령을 어떻게 맞물리게 할 것인가는 피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고용과 정년 문제도 맞물려 있습니다. 노인 기준 연령이 늦춰지는 흐름과는 반대로, 법정 정년(60세)을 연장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2026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해 법정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입니다. 건강하게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몇 살까지 일하고 몇 살부터 지원받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새로 필요해지는 셈입니다.

 

결국 서울시의 이번 교통비 지원 조례는 단순한 대중교통 정책 변화가 아니라,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이 '노인'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더 큰 흐름의 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5세라는 오래된 기준선이 앞으로 교통, 복지, 연금, 고용 등 여러 영역에서 얼마나, 어떻게 움직일지가 향후 몇 년간 한국 사회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유정 기자kidcol0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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