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점유율'과 '운용수익률' 상관없어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분석
▶필자 소개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 원을 돌파하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의 시장점유율과 장기 운용수익률 사이에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운용을 잘해서 덩치가 커진 것이 아니라, 기업 영업력과 기존 거래 관계 등을 통해 확보한 시장점유율이 그대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 홍원구 연구위원이 발표한 ‘퇴직연금 사업자의 성과와 시장점유율’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4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펀드·TDF·ETF 등 실적배당상품 투자가 늘면서 사업자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그러나 분석 결과, 퇴직연금 사업자의 장기 운용성과(2016~2025년 10년 연환산 수익률)와 시장점유율 수준 사이에는 뚜렷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성과가 뛰어난 사업자로 자금이 쏠리는 ‘시장규율’이 작동하지 않은 채, 과거의 시장점유율이 수년째 유지되는 ‘점유율 지속성’만 크게 나타났습니다.

2025년 DC·IRP 평균 수익률이 각각 8.47%, 9.44%로 올랐음에도 전체 가입자의 67.7%가 평균 수익률(6.47%)에 미치지 못한 점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반영합니다.
이처럼 수익률과 점유율이 따로 움직이는 원인으로는 ‘선택과 책임의 분리’가 꼽힙니다. DB형은 물론 DC형에서도 초기 사업자 선정은 가입자 개인보다 기업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 금융사의 수익률보다는 대출이나 기업금융 등 기존 관계가 크게 작용합니다. 개인 가입자 역시 정보 비대칭과 이동에 따른 번거로움 때문에 단순히 대형사나 익숙한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보고서는 퇴직연금 경쟁 구조가 단순 고객 확보 경쟁에서 ‘장기 운용성과 경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와 더불어 계약형에서도 사업자가 책임지고 자산을 관리하는 대표 포트폴리오 강화와 투자 선택지 단순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가입자들 또한 브랜드나 점유율만 보고 사업자를 고르기보다 실제 장기 운용 역량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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