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이 기술직으로 갈아타기 전에 따져봐야 할 7가지
"기술 배우면 정년 없다”지만… 20~30년 쌓은 경험을 버리기 전 따져봐야 할 것
▶필자 소개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사무직 퇴직자가 흔히 택하는 세 갈래 길, 즉 단순 재취업과 개업(창업), 기술·자격증 취득이 모두 인생 2막의 궁극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세 번째 길인 기술을 배우거나 자격증을 취득해 기술직으로 전환하는 선택을 좀 더 들여다보려 합니다. 언론과 주변에서는 흔히 “기술을 배워두면 정년이 없다”며 이 길을 권합니다. 하지만 기술직으로 전환하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 따져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기술은 1~3년이면 익힐 수 있어도 경력은 단기간에 쌓이지 않습니다.
사무직으로 수십 년간 쌓아온 업무 노하우와 문제 해결 능력, 인적 네트워크는 그 무엇으로도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지식 자산입니다. 단순히 트렌드를 좇아 전혀 다른 분야로 전환한다면 오랜 시간 어렵게 쌓아온 자신의 핵심 역량을 스스로 부정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20년의 경력을 쌓은 분야가 있는데 왜 굳이 그것을 버리고 기술직 1년 차로 돌아가야 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질문에 확실한 답을 찾았을 때 기술직 전환을 선택해도 늦지 않습니다.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중간에 포기하기 쉽습니다.
둘째, 20~30년간 쌓은 경험은 자산인 동시에 강력한 ‘브랜드’입니다.
특정 기술은 분명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일정한 교육과 훈련을 거치면 다른 사람도 배울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보고서 작성, 갈등 조정, 예산 기획, 인사 평가 같은 업무를 수십 년간 해온 사람에게는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있습니다. 이를 콘텐츠로 전환하면 경쟁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술은 자격증 한 장으로 남을 수 있지만, 지식과 경험은 책과 강의, 컨설팅과 코칭 등으로 확장돼 자신만의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뒤늦은 경쟁이 부르는 비효율과 스트레스는 건강까지 해칠 수 있습니다.
젊을 때부터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기술직 종사자들과 뒤늦게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미 경쟁자가 많은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다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좌절감도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노후에 건강을 잃는 것만큼 큰 위험도 없습니다.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때는 수입이나 정년 여부뿐 아니라 그 일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넷째, 실무 경력이 없는 자격증은 ‘장롱 면허’가 될 위험이 큽니다.
어렵게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실무 경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취업 시장에서 기대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시니어 채용시장에서 기업이 원하는 것은 자격증 자체보다 현장에 투입돼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험을 갖춘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대표적입니다. 자격증 보유자 55만 명 가운데 실제 개업으로 이어진 사람이 11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격증 취득과 실제 직업 활동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운전면허를 취득했다고 해서 곧바로 복잡한 시내에서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다섯째, 생계형 기술 노동은 나이와 체력의 벽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술 기반 일자리 가운데 상당수는 육체 활동이나 장시간 노동을 동반합니다. 젊을 때부터 몸을 쓰는 일에 익숙한 사람과 달리 평생 사무직으로 일해온 사람에게는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분명한 제약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몸을 쓰는 새로운 일을 처음부터 배우는 것과 지금까지 머릿속에 축적해온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선택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섯째, 이미 쌓은 경험도 하나의 ‘지식 기술(Knowledge Skill)’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면 최소 1~2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1인 지식창업은 이미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기획력과 분석력, 문제 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 조직 운영 능력,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은 모두 그 자체로 강력한 ‘지식 기술(Knowledge Skill)’이 될 수 있습니다. 빠르게 바뀌는 일부 기술과 달리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보편성과 지속 가능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역량을 콘텐츠로 전환해 시장에서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사무직 경력자가 자신의 기존 자산을 활용해 재도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일곱째, 적성에 맞지 않으면 결국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마흔 이후, 두려움과 설렘 사이』를 쓴 정도영 직업 컨설턴트는 “상황에 쫓겨 아무 기술이나 덥석 배워선 안 된다”며 “아무거나 좋다고 시작했다간 한 달은커녕 일주일도 못 견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기술을 배우려면 ‘3년의 준비 기간’을 가지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3년이라는 시간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술은 노력으로 익힐 수 있어도 적성까지 억지로 맞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문서 작성과 기획, 사람 사이의 조율에 익숙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기계 조작이나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사무직과 기술직은 요구하는 역량과 업무 방식, 업무 환경이 다릅니다. 인생 2막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이를 악물고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술을 배우는 것은 선택이지만, 20~30년간 쌓아온 경험을 활용할 방법부터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이 반드시 새로운 기술을 몸에 익히는 일만은 아닙니다. 이미 내 안에 쌓여 있는 경험을 꺼내 콘텐츠로 바꾸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누군가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배우려 할 만한 지식과 경험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경험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꺼내고,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와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은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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