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요즘 시니어] "걱정돼서 물어본 건데..." 달라진 명절, 시니어도 어렵습니다

관심으로 건넨 질문이 '잔소리'로... 달라진 명절 속 세대 차이 차례·여행부터 가사노동·비교까지, 가족 사이에도 필요한 거리

문유정 기자

명절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익숙했다면, 이제는 서로의 일정에 맞춰 만나거나 각자의 계획대로 연휴를 보내는 가족도 많아졌습니다.

가족 사이의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나 서운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가족을 향한 마음은 같지만, 이를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에 세대별 차이가 생긴 것입니다.

지난 15일 방송된 SBS ‘랭킹송: 건강한가요’에서는 이러한 세대 차이가 드러나는 명절 사연들이 소개됐습니다. 방송에 나타난 사례들을 바탕으로, 달라진 명절 풍경과 그 안에서 가족들이 마주하는 세대 차이를 연금경제가 짚어봤습니다.

 

“그냥 궁금해서 물었는데”…관심과 잔소리 사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명절 잔소리 가격표를 사이에 둔 가족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명절 잔소리 가격표를 사이에 둔 가족

첫 번째는 가족에게 건넨 가벼운 질문이 뜻밖의 ‘잔소리 청구서’로 돌아온 사례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에게 대학이나 취업, 결혼 등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었던 이모는 조카들로부터 ‘잔소리 값’을 요구받았습니다. 방송에서는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이른바 ‘잔소리 가격표’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취업이나 결혼, 연봉 등 명절에 자주 오가는 질문마다 일종의 가격을 매겨 둔 것입니다.

재미로 만들어진 밈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 간 대화를 받아들이는 세대별 차이도 담겨 있습니다. 부모나 친척 세대에게는 근황을 묻는 것이 관심의 표현인 반면, 듣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상황을 평가하거나 무언가를 재촉하는 질문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방송에서도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민감한 질문은 조심하되, 가족의 관심에서 나온 말일 수 있다는 점도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명절인데 여행을 간다고?”…달라진 명절의 기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명절 연휴 여행을 떠나는 자녀 세대와 이를 바라보는 부모 세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명절 연휴 여행을 떠나는 자녀 세대와 이를 바라보는 부모 세대

두 번째 사례에서는 명절을 보내는 방식의 차이가 가족 간의 마찰로 이어졌습니다. 60대 여성의 아들이 명절에 아내와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하면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남편은 장남이 차례에 참석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들과 남편 사이에 놓인 여성은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여행을 가느냐, 가지 않느냐’를 넘어 명절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기준이 놓여 있습니다. 부모 세대에게 명절이 온 가족이 함께하는 날이라면, 자녀 세대에게는 가족을 만나는 날인 동시에 모처럼 주어진 긴 연휴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반드시 틀렸다기보다, 명절을 보내는 방식에 대한 기대가 달라진 것입니다.

따라서 명절 직전에 계획을 통보하기보다는 가족이 언제 만날지, 차례나 성묘 등 기존 가족 일정은 어떻게 할지 미리 이야기해 두는 것이 서로의 서운함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일은 나만 하는데 “제수씨처럼 관리 좀 해”…비교가 남긴 상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명절 가사노동과 가족 간 비교로 생긴 서운함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명절 가사노동과 가족 간 비교로 생긴 서운함

세 번째 사례는 명절 가사노동에서 시작됐습니다. 한 맏며느리는 명절마다 동서가 준비에 늦고 뒤처리를 돕지 않아 불만이 쌓여 있었습니다. 여기에 남편이 동서의 외모를 칭찬하며 아내에게도 관리하라는 취지의 말을 건네면서 감정이 더욱 상했습니다.

여기에는 ‘명절 가사노동의 부담’과 ‘비교’에서 오는 상처라는 두 가지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음식 준비와 손님맞이, 설거지 등 가사노동이 한꺼번에 몰리는 명절에는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쉽습니다. 이처럼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는 평소라면 웃어넘길 수 있는 말에도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누군가에게 일이 집중된 상황에서 다른 가족과 외모나 생활방식을 비교하는 말까지 더해지면 서운함은 배가 됩니다.

명절 가사노동을 ‘특정 누군가의 당연한 몫’으로 여기기보다 음식 준비와 설거지 등 역할을 가족끼리 나눈다면 서로의 부담과 서운함을 덜 수 있습니다.

 

달라진 명절, 가족도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는 중

앞서 살펴본 세 사례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족이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질문이나 명절의 방식, 역할이 더 이상 모두에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편에서는 명절을 보내는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는 시니어도 있습니다. 한 60대 여성은 며느리들이 친정을 먼저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아들 가족이 서로 다른 날 방문해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전은 반찬가게에서 주문하고 갈비찜은 간편식을 이용하는 등 음식 준비 부담도 줄였습니다. 퇴직 후에는 연금으로 생활하며 평소 지출을 줄이고 있지만, 자녀에게 받은 명절 용돈은 따로 모아뒀다가 손자들의 생일선물이나 입학축하금에 보탠다고 했습니다.

명절의 모습은 달라지고 있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달라진 것은 아닐 겁니다. 모두 같은 날 모이거나 예전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더라도 서로의 일정과 생활방식을 존중하면서 각자의 가족에게 맞는 명절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문유정 기자kidcol0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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