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탐구] 중장년 81.9%가 노후준비한다는데... 달라진 삶까지 준비하고 있을까
국가데이터처 사회조사로 본 중장년층의 최근 10년간 인식 변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돌아본 퇴직 준비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퇴직을 앞둔 중년 직장인의 현실을 그렸습니다. 주인공 김낙수 부장은 서울에 집이 있고 대기업에서 부장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겉으로 보면 안정적인 삶을 이뤘지만,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삶도 함께 흔들립니다.
김 부장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던 것은 오랫동안 회사와 일을 중심으로 살아온 중년 직장인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중심으로 쌓아온 삶에서 퇴직은 단순히 월급이 끊기는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변화입니다.

그렇다면 김 부장에게 퇴직 10년 전으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연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할지, 새로운 자격증을 준비해야 할지, 아니면 회사 밖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 일과 삶을 조금 더 일찍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중장년층의 최근 10년간 인식 변화’는 이 질문을 실제 중장년의 삶으로 넓혀볼 수 있는 단서를 보여줍니다. 국가데이터처는 40~64세 중장년을 대상으로 가족 내 역할과 일, 경제적 여건, 노후 준비, 건강과 여가 등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일이 전부였던 중년, 10년 사이 달라졌다

중장년층에게 일자리는 여전히 불안이 큰 영역입니다. 2025년 취업 중인 40~64세 가운데 실직이나 이직에 대한 고용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은 55.8%였습니다. 2015년 61.0%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절반을 넘는 수치입니다. 연령별로도 40대 57.4%, 50대 55.9%, 60~64세는 51.6%로 모든 연령대에서 절반 이상이 고용불안을 느꼈습니다.
고용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지만, 삶에서 일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가정보다 일을 우선한다’는 응답은 2015년 54.1%에서 2025년 35.0%로 19.1%줄었습니다. 반면 일과 가정을 비슷하게 중시한다는 응답은 35.5%에서 47.6%로 늘었고, 가정생활을 우선한다는 응답도 10.4%에서 17.4%로 증가했습니다.
일보다 삶의 다른 영역을 중시하는 모습은 여가에 대한 인식에서도 나타납니다. 실제 주말에는 동영상 콘텐츠 시청과 휴식을 한다는 중장년층이 각각 73.9%로 가장 많았지만,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하고 싶은 활동은 달랐습니다. 관광이 71.1%로 가장 높았고 취미·자기개발 45.7%, 문화예술 관람 34.8%가 뒤를 이었습니다. 현재는 휴식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여유가 생긴다면 여행이나 배움, 문화생활 등으로 일상의 범위를 넓히고 싶은 모습입니다.
가족의 역할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부모의 노후를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2014년 49.0%에서 2024년 65.0%로 늘었습니다. 반대로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29.8%에서 16.7%로 줄었습니다. 노후 부양을 가족만의 몫으로 보는 인식이 약해진 것입니다.
이처럼 지난 10년 사이 중장년층은 여전히 고용불안을 안고 있지만, 일을 중심으로 삶을 바라보는 방식부터 여가와 부모 부양에 대한 생각까지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후를 준비하는 방식도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고 있을까요.
10명 중 8명 노후 준비…의료·요양 요구도 커졌다
2025년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준비돼 있다고 답한 중장년층은 81.9%로, 2015년 75.8%보다 6.1% 높아졌습니다. 주된 노후 준비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꼽은 비율은 같은 기간 51.7%에서 61.0%로 증가했지만 사적연금은 11.7%에서 5.4%, 예금·적금·저축성보험은 19.9%에서 14.7%로 낮아졌습니다. 노후를 준비한다는 사람은 늘었지만, 주된 준비 수단에서는 국민연금의 비중이 더 커진 셈입니다.

그런데 노후 준비는 소득을 마련하는 문제에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중장년층이 노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지원을 보면 의료·요양에 대한 요구도 커졌습니다. 2025년 노후생활을 위해 필요한 사회의 역할로 소득지원이 34.4%로 가장 높았지만, 의료·요양보호 서비스도 30.3%로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의료·요양보호 서비스는 2015년 18.9%에서 11.4%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중장년층이 노후에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소득만이 아닙니다. 이제 질문은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퇴직 이후 소득과 일, 돌봄과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까지 얼마나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 10년 전, ‘준비하고 있다’에서 한 걸음 더
만약 퇴직까지 10년 정도가 남았다면 무엇부터 살펴봐야 할까요. 더 많은 돈을 모으거나 새로운 자격증을 준비하기에 앞서, 퇴직 후 달라질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돈|노후자금 총액보다 ‘소득이 비는 기간’부터 찾는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자산 총액보다 퇴직 후 연금소득이 들어오기 전까지 필요한 생활비입니다. 예를 들어 60세에 퇴직하고 국민연금을 65세부터 받는다면 5년 동안 월급을 대신할 소득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노후자금의 총액부터 정하기보다 이 기간에 필요한 생활비와 확보할 수 있는 소득을 비교해 부족한 금액부터 계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언제부터 얼마씩 받을 수 있는지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여러 곳에 흩어진 연금은 통합연금포털 등을 통해 확인하고, 퇴직 후 필요한 월 생활비와 비교하면 소득이 부족한 시기와 금액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령 퇴직 후 월 250만원이 필요한데 확보할 수 있는 소득이 월 100만원이라면 매달 150만원이 부족합니다. 이 부족분을 계속 일해 메울지,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활용할지, 별도의 자금을 마련할지를 정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보다 분명해집니다.
일|새 자격증보다 ‘회사 밖에서도 돈 받을 수 있는 경력’을 찾는다
퇴직 이후의 일을 준비할 때는 새로운 자격증부터 찾기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을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을 새로 배울까’를 고민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해온 일 가운데 회사 밖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회사 이름이나 직함보다 그동안 실제로 어떤 일을 해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영업 업무를 해왔다면 거래처 관리, 신규 고객 발굴, 영업전략 수립, 후배 교육처럼 실제로 맡았던 업무를 하나씩 나눠보는 식입니다. 이렇게 경력을 풀어놓고 보면 다른 회사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인지, 별도의 일이나 수입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이 회사 밖에서도 통할지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공공 지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중장년취업사관학교에서는 경력진단과 취업상담, 직무훈련 등을 받을 수 있고, 고용노동부 중장년내일센터에서도 생애경력설계와 전직·재취업을 지원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기존 경력에서 무엇을 살리고 새로운 일을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필요한 교육이나 자격증을 선택하는 것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돌봄|부모님이 아프면 ‘내가 돌본다’부터 생각하지 않는다
퇴직 이후를 준비하면서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 부모 돌봄입니다. 연금과 생활비를 계획대로 준비했더라도 부모에게 갑자기 돌봄이 필요해지면 일을 줄이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을 부담하면서 자신의 계획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자녀가 직접 돌보거나 시설 입소부터 생각하기보다 이용할 수 있는 공적 돌봄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는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으면 방문요양·방문간호 등의 재가급여나 주야간보호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건강 상태에 변화가 생겼다면 장기요양 인정 대상이 되는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본인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차례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적 서비스를 이용하고도 가족이 직접 돌봐야 하는 시간과 추가 비용까지 따져보면 실제 가족에게 남는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을 줄여야 할 가능성이 있는지, 별도의 돌봄 비용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미리 살펴볼 수 있습니다.
관계|회사 밖에서 이어갈 관계를 만들어둔다
퇴직과 함께 달라지는 것 중 하나가 사람을 만나는 방식입니다. 직장생활을 오래할수록 인간관계 역시 회사와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아, 회사를 떠나면 매일 만나던 동료와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 변화를 퇴직 후 처음 마주하기보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관계의 범위를 조금씩 회사 밖으로 넓혀볼 수 있습니다. 여행·취미·교육 등을 매개로 한 중장년 커뮤니티를 찾아보거나, 지역 50플러스센터와 평생학습관에서 관심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모임에 한두 번 참여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회사라는 공통점이 없어도 꾸준히 참여하고 싶은 활동이 있는지, 그 안에서 퇴직 후에도 이어갈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를 미리 경험해보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드라마 속 '김 부장'에게 다시 10년이 주어진다면

드라마 속 김낙수 부장에게 퇴직 10년 전으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돈을 모으거나 새로운 자격증을 따는 것만이 준비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월급이 사라진 뒤의 소득과 회사 밖에서 이어갈 일, 부모 돌봄과 관계의 변화까지 조금 더 일찍 생각해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중장년층이 일을 바라보는 방식도, 부모 부양에 대한 생각도, 원하는 여가와 노후에 필요한 지원도 달라졌습니다. 노후 준비 역시 달라진 삶의 모습에 맞춰 조금 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퇴직까지 남은 시간을 무엇을 더 모으고 배우는 데 쓸 것인지뿐 아니라, 퇴직 후 어떤 삶을 이어갈 것인지까지 함께 생각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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