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내 안의 자산, 이렇게 꺼내

남들은 어려운데 나는 쉬운 일…20~30년 경력에서 ‘나만의 콘텐츠’ 찾는 법 반복해서 받은 질문·자주 해준 설명에 답 있다…작게 시작해 인생 2막으로

문유정 기자

▶필자 소개

앞선 칼럼에서 필자는 “기술을 배우는 건 선택이지만, 20~30년 사무직 경험을 버리는 건 낭비”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 경험을 어떻게 꺼내야 할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막연한 조언 대신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뤄보겠습니다.

“자기 경험을 꺼내 써라”와 관련해 강의장에서 만난 수강생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정작 자기 경험을 자산으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오래 한 일일수록 몸에 배어 당연해지기 때문입니다. 필자도 그랬습니다. 국정감사 기간에 여러 피감기관의 자료를 동시에 검토하고, 짧은 시간 안에 핵심 쟁점을 뽑아내는 일을 25년간 반복했습니다. 후배 보좌진은 그 속도와 정확도를 신기해했지만, 정작 필자에게는 그저 매년 하던 업무였을 뿐입니다.

남에게는 노하우로 보이는 것이 본인에게는 숨 쉬듯 하는 일상이 돼버린 것입니다. 마치 물고기가 자기가 헤엄치는 물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아무리 오래 일해도 영영 자기 안의 자산을 찾지 못합니다. 더구나 이 간극이야말로 AI가 절대 대신 메워줄 수 없는 영역입니다. AI는 정보를 정리해줄 수는 있어도, 그 정보를 30년간 몸으로 부딪히며 체득한 사람의 감각까지 흉내 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거창한 자기분석이 아니라 몇 가지 구체적인 질문입니다.

 

내 안의 자산을 찾는 세 가지 질문

첫 번째 질문은 "남들은 어려워하는데 나는 쉽게 하는 일이 무엇인가" 입니다.

오래 반복한 일일수록 본인에게는 쉽게 느껴지지만, 그 일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격차가 바로 콘텐츠의 씨앗입니다. 보고서를 빨리 쓰는 것, 회의에서 핵심을 짚어내는 것, 갈등 상황에서 양쪽을 조율하는 것. 이런 것들은 당사자에게는 별것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배우고 싶은 기술입니다. 물론 당신은 지금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일을 처음 한 30년 전에도 그랬는지 자문해봅시다.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결과일 뿐입니다. 이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일을 후배에게 가르쳐보는 것입니다. 술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입을 떼면 여기저기서 말이 막힙니다. 그 막히는 지점이야말로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 자동으로 처리해온 판단이 그만큼 많았다는 증거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일하며 반복적으로 받았던 질문이 무엇인가”입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후배나 동료에게 계속해서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됩니다. 그 반복된 질문 안에 시장이 원하는 콘텐츠가 숨어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국정감사 때 뭐부터 준비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한 것이 바로 국내 최초로 출간된 『국정감사 실무 매뉴얼』이라는 단행본입니다. 누군가 반복해서 묻는다는 것은 그 답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꼭 필요한 내용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 신호를 놓칩니다. 같은 질문을 몇 번씩 받고도 “별것 아닌 그런 걸 왜 묻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별것 아닌 게 아닙니다.’ 누구나 알고 싶어 하기 때문에 반복해서 내게 묻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반복해서 받는 질문을 하찮게 여기는 순간, 콘텐츠가 될 씨앗을 스스로 짓밟아버리는 셈입니다.

세 번째 질문은 “후배나 동료에게 가장 자주 설명해줬던 것이 무엇인가”입니다.

설명은 이미 정리된 지식에서 나옵니다.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내용을 이미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을 것이 있습니다. 안다는 것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지식은 아직 자산이 아닙니다. 입 밖으로 꺼내 남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비로소 자산이 됩니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다 보면 흩어져 있던 경험이 하나의 주제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그 주제가 바로 오랜 시간 일하며 터득한, 남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당신만의 콘텐츠입니다.

 

흩어진 경험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라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 그것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봅시다.

“나는 ○○할 때 △△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를 알려주는 사람이다.”

이 한 문장이 나오면 그때부터 방향이 선명해집니다. 필자의 경우라면 “국정감사를 처음 준비하는 보좌진에게 무엇부터 챙겨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쯤 될 것입니다. 문장이 구체적일수록 콘텐츠도, 강의도, 책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실수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나면 곧바로 책을 쓰거나 정식 강의를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블로그에 짧은 글 한 편을 써보거나, 지인 몇 명을 모아 30분짜리 미니 강의를 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작게 시작해야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반응을 봐야 방향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필자도 처음부터 단행본 한 권을 계획하고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강의 중 청중의 질문에 답하다가 그 답이 쌓여 한 권의 책이 됐습니다. 작은 반응 하나가 다음 반응을 부르고, 그 반응들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커리어가 됩니다. 인생 2막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 칼럼 읽는 것을 멈추고 백지를 꺼내 “나는 ○○할 때 △△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를 알려주는 사람이다”라는 한 문장을 만들어봅시다. 이 한 문장이 당신만의 인생 2막을 위한 출발점이 됩니다.

결국 경험을 자산으로 바꾸는 과정은 거창한 재발명이 아닙니다. 이미 가진 것을 다르게 배열하는 작업입니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것, 반복해서 받은 질문, 자주 해준 설명. 이 세 가지를 정리하면 누구든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찾아낸 콘텐츠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수익과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문유정 기자kidcol0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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